둘째 날 — 오픈런 입장
오픈런으로 다시 찾은 오르세. 전날 오후와는 확실히 달랐다. 관광객이 많이 없으니 그림 앞에서 여유롭게 서있을 수 있었고, 줄을 설 필요도 없었다. 특히나 어제 오후에 보았던 인상주의 관람관에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둘째 날 보았던 동선은 매우 여유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오르세는 그냥 오픈런이 답이다.
5층 · 후기 인상주의
앙리 에드몽 크로스 (Henri-Edmond Cross)

- [저녁의 미풍] (The Evening Air, 1893~1894)
- 점묘법을 기반으로 하되 색점이 크고 대담하게 찍혀있어 시냑이나 쇠라보다 훨씬 따뜻하고 느슨한 인상을 준다. 저녁 바닷가의 공기를 담으려 한 건지, 화면 전체에서 미지근하고 나른한 온도가 느껴진다. 크로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지만 이 그림 앞에 서면 왜 후기 인상주의 전시실의 첫 그림으로 배치됐는지 자연스럽게 납득이 간다.
폴 시냑 (Paul Signac)

- [양산을 든 여인] (Femme à l'ombrelle, 1893)
- 시냑 특유의 정교한 점묘법이 잘 드러나는 작품. 인물보다 배경의 색점들이 더 눈길을 끌 정도로 화면 전체가 색으로 진동하는 느낌이다. 모네의 양산 든 여인 시리즈와 같은 주제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조르주 모렌 (Georges Morren)

- [조화 속에서] (A l'Harmonie, 1891)
- 공원의 한 장면을 담은 작품으로, 점묘법의 질서 안에서 일상의 평온함을 포착했다. 시냑이나 쇠라의 그늘에 가려 잘 언급되지 않는 작가지만 차분하게 오래 볼 수 있는 그림이다.
폴 고갱 (Paul Gauguin)

-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Self-portrait with the Yellow Christ, 1890~1891)
- 뒤에 자신의 작품인 황색의 그리스도를 배치하고 정면을 바라보는 자화상. 단순한 자화상이 아니라 스스로를 예술과 동일시하는 선언처럼 읽히는 그림이다. 표정은 담담하지만 그 뒤로 걸린 그리스도의 존재감이 묘하게 무겁다.

- [슈페네커의 아틀리에] (L'Atelier de Schuffenecker, 1889)
- 고갱의 친구이자 화가였던 슈페네커의 작업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 있지만 분위기는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하다. 따뜻한 일상화처럼 보이면서도 인물들 사이에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 [그들의 몸의 황금] (Et l'or de leur corps, 1899)
- 타히티 여인들을 그린 말년 작품 중 하나. 황금빛이 감도는 피부와 평평하게 처리된 배경이 고갱 특유의 원시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국적인 시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색채만큼은 압도적이다.

- [바이루마티] (Vairumati, 1897)
- 타히티 신화 속 여신을 모델로 한 작품. 인물의 당당한 자세와 배경의 상징적인 요소들이 고갱이 타히티에서 찾으려 했던 것들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

- [아레아레아] (Arearea, 1892)
- 고갱관에서 색감이 가장 화려했던 그림 중 하나. 선명한 붉은 개와 초록빛 배경, 황토색 인물들이 충돌하듯 어우러지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고갱이 색을 얼마나 과감하게 썼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 [백마] (Le Cheval blanc, 1898)
- 정글 속 흰 말을 담은 작품인데, 흰 말이라고 하기엔 초록빛이 강하게 감돈다. 빛과 식물의 색이 말의 몸에 반사되어 물드는 걸 표현한 건데, 보는 사람에 따라 생경하거나 몽환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림이다.
5층 · 상징주의 — 오딜롱 르동
귀스타브 모로를 기대하고 들어섰다가 오딜롱 르동이 방 하나를 통째로 채우고 있는 걸 발견했다. 조금 의외였지만, 프랑스가 상징주의의 대표로 모로보다 르동을 더 전면에 내세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은 따로 방문 예정이었으니 아쉬움은 거기서 달래기로 했다.
오딜롱 르동 (Odilon Redon)

- [도메시 남작 부인의 초상] (Portrait of Baronne Robert de Domècy, 1900)
- 상징주의 작가의 초상화라니 처음엔 좀 의외였다. 하지만 르동의 초상화는 여느 초상화와 달리 배경부터 몽환적이고 색채가 상징적이다. 현실의 인물을 그리면서도 르동만의 세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그림이다.

- [항아리 속의 초록 식물] (Plante verte dans une urne, 1900년경)
- 정물화인데 르동이 그리면 정물도 다르다. 식물의 형태보다 색과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어딘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징주의 작가도 일상적인 소재를 그렸다는 사실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 [이집트로의 피신] (The Flight into Egypt, 1900년경)
- 상징주의 그림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 성서의 장면을 담았는데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빛과 색으로 신성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인물 주변의 휘광 처리가 귀스타브 모로의 방식과 닮아 있어서 잠깐 모로가 떠오르기도 했다.

- [인물] (Figure, 1901) / [노란 꽃과 인물] (Figure, fleur jaune, 1901)
- 나란히 전시된 한 쌍의 패널화. 인물과 꽃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화면이 르동의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이 두 그림 앞에서 프랑스가 왜 르동을 이렇게 사랑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 [식물 문양의 대형 패널] (Grand panneau à décor végétal, 1901)
- 처음 보는 순간 동양화가 떠올랐다. 여백의 활용이나 식물 문양의 처리 방식이 낯설지 않았는데, 고흐가 일본 그림에 빠졌듯 그 시대 서양 화가들 사이에서 동양 기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 [돔시 성의 식당을 위한 장식화] (Décoration pour la salle à manger du château de Domècy, 1900~1901)
- 세 폭으로 이루어진 대형 장식화 연작. 왼쪽부터 《노란색 배경의 나무》, 《노란색 배경의 나무들》, 《노란색 꽃이 핀 가지》 순서로 이어진다. 원래 도메시 남작이 의뢰한 17점 연작 중 15점이 오르세 소장품인데, 그 중 일부를 전시하고 있는 것. 파스텔과 수채화 기법을 섞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처음 보는 순간 동양화가 떠오를 정도로 일본 병풍 화풍의 영향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2층
5층에서 계단을 내려와 2층으로 이동했다.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구간이었다.
피에르 보나르 (Pierre Bonnard)

- [정원의 여인들] (Femmes au jardin, 1891)
- 나비파 특유의 자유로운 색채와 평면적인 공간 구성이 눈에 띄는 작품. 처음 보면 포스터나 삽화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게 나비파가 의도한 방향이기도 하다. 알폰소 무하가 연상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당시 아르누보와 나비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하고 있었다.
프랑수아 가라 (François Garas)

- [베토벤에게 헌정된 사유의 사원, 달빛 아래의 사원 환상] (Temple à la pensée, dédié à Beethoven, 1905~1909)
- SF 영화에 나올 법한 비주얼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림. 웅장하고 비현실적인 건축물이 달빛 아래 신비롭게 펼쳐지는데, 19세기 말 그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이다.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림이었다.
조반니 볼디니 (Giovanni Boldini)

- [축제 장면] (Feast Scene, 1889)
- 앞의 몽환적인 그림과 대비되듯, 19세기 말 파리의 화려하고 활기찬 밤 문화가 붉은 배경 위에 펼쳐진다. 볼디니는 당대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상화가 중 한 명이었는데, 이 그림에서도 그 생동감 넘치는 붓터치가 잘 드러난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Henri de Toulouse-Lautrec)

- [화장] (La Toilette, 1889)
-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처음 보는 순간 뭔가에 홀린 것처럼 발이 멈춰버렸는데, 머리카락을 표현하는 선, 등의 윤곽, 주변 사물들을 처리하는 붓터치가 이상하게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르세에 왔을 때 고흐 자화상의 물감 질감에서 소름이 돋았다면, 이번엔 로트렉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정말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아카이브] - 툴루즈 로트렉 — 화장 La Toilette (Rousse), 1889
툴루즈 로트렉 — 화장 La Toilette (Rousse), 1889
처음 이 그림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색도, 구도도 아니었다. 선이었다.로트렉의 붓질은 어딘가 거칠고 빠른데, 그게 오히려 이상하게 눈을 붙잡는다.인물의 등을 따라 내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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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 (Paul Cézanne)

- [목 졸린 여인] (La Femme étranglée, 1870년대 초반)
- 세잔의 그림이라는 걸 알고 나서 한 번 더 놀라게 되는 작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잔의 정물화나 풍경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다. 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거칠고 어두운 붓터치로 담아낸 게 뭉크를 떠올리게 한다. 초기 세잔이 이런 어둠을 품고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 [다섯 명의 목욕하는 사람들] (Cinq baigneurs, 1885~1887)
- 세잔이 반복해서 그린 목욕하는 사람들 연작 중 하나. 인물들의 형태가 기하학적으로 단순화되어 있어서 이후 입체주의의 씨앗이 보이는 작품이다.

- [열린 서랍이 있는 정물] (Nature morte avec tiroir ouvert, 1877~1879)
- 세잔 정물화의 특징인 다시점 구도가 잘 드러나는 작품. 서랍이 살짝 열려있는 평범한 일상의 물건들인데, 보는 각도가 미묘하게 뒤틀려 있어 화면이 독특한 긴장감을 갖는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 [생레미의 생폴 병원] (L'hôpital Saint-Paul à Saint-Rémy, 1889)
- 아를에서 귀 절단 사건 이후 고흐가 자진 입원한 생폴 드 모졸 요양원을 그린 작품이다. 1889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곳에 머물며 약 150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자화상과 별이 빛나는 밤도 이 시기 작품이다. 5층 고흐관의 그림들을 먼저 보고 이 그림을 마주치면 그 시기의 맥락이 겹쳐지면서 다르게 읽힌다.
에두아르 마네 (Édouard Manet)

- [크리스탈 화병의 꽃] (Fleurs dans un vase de cristal, 1882)
- 마네의 정물화. 두툼하게 쌓인 물감의 질감이 좋고 색감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화병 속 꽃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싱싱하게 느껴진다.
오귀스트 로댕 (Auguste Rodin) — 조각

- [지옥의 문] (Porte de l'Enfer)
- 로댕의 대표작으로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대형 조각이다. 볼만한 작품인 건 분명한데, 아직은 그림에 비해 조각에서 같은 감흥이 오지 않아서 온전히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조각도 언젠가 그 매력이 열리는 순간이 올 것 같기도 하고.
귀스타브 모로 (Gustave Moreau)
드디어 찾았다. 5층 상징주의 전시실에서 기대했다가 못 만났던 귀스타브 모로가 2층에 있었다.

- [갈라테이아] (Galatée, 1880)
-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바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림이다. 이번 여행에서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연속된 파업으로 결국 가지 못했다. 샬로메나 제우스와 세멜레를 실물로 보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갈라테이아만으로도 파리를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디테일과 화려함이 압도적인 그림이다.
[작품 아카이브] - 귀스타브 모로 — 갈라테이아 (Galatée), 1880
귀스타브 모로 — 갈라테이아 (Galatée), 1880
원래 파리 여행 중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을 방문할 계획이었다.근데 오르세 2층을 돌다가 이 그림을 먼저 만났다.예고 없이 마주친 거라 오히려 더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그림 앞에서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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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손과 메데이아] (Jason and Medea, 1865)
- 그리스 신화의 영웅 이아손과 마법사 메데이아의 만남을 담은 작품이다.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손에 넣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메데이아가 그의 곁에 바짝 붙어있는 구도인데, 두 인물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묘하다. 아카데미즘 특유의 정교한 묘사 위에 상징적인 분위기가 얹혀있어서, 고전 회화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어딘가 신비롭고 불온한 기운이 감도는 그림이다.

- [오르페우스] (Orphée, 1865)
- 죽은 오르페우스의 머리와 리라를 소녀가 경건하게 받쳐 들고 있는 장면. 잔혹한 신화의 결말을 이처럼 고요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게 모로다운 지점이다.
알퐁소 오스베르 (Alphonse Osbert)

- [비전] (Vision, 1892)
- 누가 보면 현대에 그린 그림이라고 할 것 같은 비주얼이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강한데, 모로 옆에 걸려있어서 상징주의의 계보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호아킨 소로야 (Joaquín Sorolla)

- [고기잡이의 귀환: 배를 끌어올리며] (La vuelta de la pesca, 1894)
-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로야. 소로야하면 발렌시아 해변의 따뜻하고 눈부신 그림을 흔히 떠올리지만, 이 작품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어부들이 힘겹게 배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대형 캔버스에 담았는데, 사진처럼 섬세한 표현과 역동적인 구도가 대단하다. 소로야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1층 · 마네 전시실
1층으로 내려오면 마네만을 위한 전시실이 있다.
에두아르 마네 (Édouard Manet)

- [롤라 드 발랑스] (Lola de Valence, 1862)
- 스페인 출신의 플라멩코 댄서를 그린 작품으로, 마네가 스페인 예술에 깊이 매료되어 있던 시기의 그림이다. 의상의 화려한 색감과 인물의 당당한 자세가 인상적이며, 당시 마네의 친구였던 시인 보들레르가 이 그림을 보고 시를 헌정했을 정도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 [독서] (La Lecture, 1865~1873)
- 마네의 아내 쉬잔이 책을 읽는 장면을 담은 작품. 올랭피아 같은 도발적인 그림들 사이에서 이 그림은 유독 조용하고 일상적이다.

- [올랭피아] (Olympia, 1863)
- 1865년 살롱에 출품되자마자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킨 작품이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같은 구도지만, 신화 속 여신이 아니라 당대 파리의 실제 매춘부를 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당시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더 도발적인 건 인물의 시선인데, 누워있으면서도 관람객을 정면으로 당당하게 바라보고 있다. 화면 속 흑인 하녀와 검은 고양이까지, 모든 요소가 의도적으로 배치된 이 그림은 단순한 누드화를 넘어 당시 사회의 위선을 정면으로 건드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금 봐도 그 시선의 힘이 느껴진다.

- [피리 부는 소년] (Le Fifre, 1866)
- 군악대의 어린 소년을 그린 작품인데, 당시 화단에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그림으로 받아들여졌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배경이 완전히 비어있다는 것으로, 전통적인 회화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공간감이나 음영이 없고 인물이 평면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는 마네가 일본 우키요에 판화에서 영향을 받은 결과로, 이런 과감한 평면성이 이후 인상주의와 현대 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미리 열어젖힌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들라크루아까지 낙선 처리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마네의 대표작 중 하나다.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 [정원의 여인들] (Femmes au jardin, 1866)
- 5층에서 봤던 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화풍의 작품이다. 야외의 자연광을 화면에 담으려는 시도가 분명히 보이고, 구도도 그 그림과 맥이 닿아있다.

- [아틀리에의 한 구석] (Coin d'atelier, 1861)
- 모네의 아주 초기작. 정물화인데 신선한 구도와 주제가 인상적이다. 이 그림을 그렸을 때 모네는 스물한 살이었다.

- [트루빌의 로슈 누아르 호텔] (L'Hôtel des Roches Noires, Trouville, 1870)
- 바람에 펄럭이는 국기와 화창한 하늘이 모네 그림에서 많이 봤던 익숙한 느낌이다. 깃발과 하늘을 표현하는 빠른 붓터치가 이미 완전한 모네의 언어로 느껴진다.

- [노르망디 농장의 뜰] (A Farmyard in Normandy, 1863~1865)
- 초기 모네의 차분하고 사실적인 면이 보이는 풍경화. 인상주의 이전 모네의 색깔이 담겨있다.
장 프랑수아 밀레 (Jean-François Millet)

- [봄] (Le Printemps, 1868~1873)
- 밀레가 생애 말년에 작업한 사계 연작 중 하나다. 1868년 후원자의 의뢰로 시작했는데, 봄과 여름, 가을은 완성했지만 겨울은 미완성으로 남긴 채 1875년에 세상을 떠났다. 연작 중 봄만 오르세에 있고 나머지는 보스턴, 메트로폴리탄, 웨일스 국립박물관에 흩어져 있다. 사실주의 화가로 알려진 밀레가 말년에 이렇게 서정적이고 빛이 충만한 풍경화를 남겼다는 게 인상 깊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Jean-Auguste-Dominique Ingres)
5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이 미술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고흐와 인상주의를 보고 내려왔더니 이제 앵그르가 나온다.

- [성체를 숭배하는 성모] (La Vierge à l'hostie, 1854)
- 성모 마리아가 두 손을 모아 성체를 경건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담은 종교화다. 앵그르가 신고전주의의 수호자로서 얼마나 정교하고 경건한 화면을 구사했는지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 [샘] (La Source, 1820~1856)
- 너무나 유명한 그림. 피렌체에서 시작해 파리에서 완성하기까지 무려 36년이 걸린 작품이다. 앵그르가 이 그림을 완성했을 때 나이가 76세였다고 하니, 평생을 걸쳐 다듬어온 셈이다. 신고전주의 이상미의 정점이라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그림이다.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 (William-Adolphe Bouguereau)

-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1879)
- 이것도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 부그로 특유의 매끄럽고 완벽하게 다듬어진 화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앵그르의 샘과 나란히 보면 19세기 아카데미즘이 추구한 이상미가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5층에서 시작해 2층을 거쳐 1층으로 내려오면서 미술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셈이 됐다. 고흐와 인상주의로 시작해서 앵그르와 아카데미즘으로 끝나는 동선, 원래 전시되는 이삭줍기나 만종 같은 사실주의 그림들이 해외 전시 나가 있어 이번에는 보지 못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꽤나 강렬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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